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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승무(僧舞) - 조지훈 시인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Gallery I 2020.10.04

한가위

달빛기도 - 이해인 시인 ​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Gallery I 2020.09.28

韓國의 美

가을 사랑 - 용혜원 시집 짙은 고독의 빛깔로 물든 가을 하늘 황홀할 것만 같았던 여름날의 풀잎 노래도 순간이었다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들 그 속을 살아가는 너와 나 붉게 물든 가을 산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하자 너의 가슴과 나의 가슴을 덮고 남을 사랑하자 모든 화려함이 마지막 빛으로 장식하는 이 가을에 우리 숨 막히도록 좋을 그런 사랑하자 때론 흐르는 시간이 너무 안타깝다 내 사랑이여! 내에 오라! 너를 꼭 안고 싶다

Gallery III 2020.09.20

젖동냥

젖동냥 - 김영섭 시인 피난 다녀온 후 집은 참담한 몰골로 폐허 뿐이다 주렁주런 매달린 감홍시는 가련하게 춤추고 마당에 쌓아놓은 곳식은 나라에 공출되었고 우물은 냄새가 났다 마을에는 돌림병이 창궐했고 장질부사가 우리 집 깊숙히 처들어왔다 외부인 출입을 막는 금기 줄이쳐지고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집안은 깊은 적막에 쌓였다 엄마와 일곱째 동생은 시름시름 앓고 첫돌지난 여덟째 동생은 배가 고파 울며 보챈다 동생을 엎고서 철구네 집으로 달려갔다 내 '동생 젖 좀 주이소' 라고 눈물로 애원했더니 망설이던 어머니는 동생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 모습이 얼마나 측은하게 보였을까 나는 마루에 걸터 앉아 고마움의 눈물을 흐렸다 온몸에 한기(寒氣)가 들어 사시나무 되었고 잠시라도 방에 들어가 몸을 녹였으면 좋으련만... ..

Gallery III 2020.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