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III 155

韓國의 美

가을 사랑 - 용혜원 시집 짙은 고독의 빛깔로 물든 가을 하늘 황홀할 것만 같았던 여름날의 풀잎 노래도 순간이었다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들 그 속을 살아가는 너와 나 붉게 물든 가을 산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하자 너의 가슴과 나의 가슴을 덮고 남을 사랑하자 모든 화려함이 마지막 빛으로 장식하는 이 가을에 우리 숨 막히도록 좋을 그런 사랑하자 때론 흐르는 시간이 너무 안타깝다 내 사랑이여! 내에 오라! 너를 꼭 안고 싶다

Gallery III 2020.09.20

젖동냥

젖동냥 - 김영섭 시인 피난 다녀온 후 집은 참담한 몰골로 폐허 뿐이다 주렁주런 매달린 감홍시는 가련하게 춤추고 마당에 쌓아놓은 곳식은 나라에 공출되었고 우물은 냄새가 났다 마을에는 돌림병이 창궐했고 장질부사가 우리 집 깊숙히 처들어왔다 외부인 출입을 막는 금기 줄이쳐지고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집안은 깊은 적막에 쌓였다 엄마와 일곱째 동생은 시름시름 앓고 첫돌지난 여덟째 동생은 배가 고파 울며 보챈다 동생을 엎고서 철구네 집으로 달려갔다 내 '동생 젖 좀 주이소' 라고 눈물로 애원했더니 망설이던 어머니는 동생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 모습이 얼마나 측은하게 보였을까 나는 마루에 걸터 앉아 고마움의 눈물을 흐렸다 온몸에 한기(寒氣)가 들어 사시나무 되었고 잠시라도 방에 들어가 몸을 녹였으면 좋으련만... ..

Gallery III 2020.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