壬寅年 元旦 새해 마음 - 이해인 시인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마음에 색동옷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일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보는 것을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다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Gallery I 2021.12.30
초가삼간 가을 동심 - 최홍성 시인 처마끝에 하나 둘 셋 파란동심 대롱대롱 달아봅니다 담장 위 감나무 이른 바람에 잎사귀 하나 둘 셋 떨어집니다 상산 코승이에 하늬바람불고 파란 감 노란 감 하나 둘 셋 해맑은 아이 얼굴에 가을비 소슬하게 떨어집니다 Gallery I 2021.11.30
가을탐상 (探賞) 시월의 가을 - 淸心 김순기 시인 시월의 가을밤은 깊어 가는데 기다리는 임 소식은 언제 오려나 낙엽은 떨어져 쌓여지는데 낙엽 밟는 이 가슴은 검게 타고 마주 잡은 손길 그 온기 아직 남아있는데 그리움 낙엽처럼 쌓여만 가니 사랑은 사랑은 그리움인가보다 Gallery I 2021.10.16
한가위 달빛기도 -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 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Gallery I 2021.09.20
옹기종기 새벽길 - 오월은 간다 / 서현숙 시집 뽀얀 안개 흩뿌리는 새벽길 울창하게 뻗은 대나무 숲 피톤치드로 가득하니 꽃비 내린 숲속에 바람이 일고 오솔길 피어나는 이름 모를 들꽃 새소리 바람 소리 계곡 물소리 산자락마다 한 폭의 그림 같아라 Gallery I 2021.06.29
오월은 간다 오월은 간다 - 서현숙 시집(제2집) 초록이 짙은 비 내리는 산자락 아카시아꽃 흐드러지게 피더니 아! 오월은 간다 빗물에 젖은 꽃잎은 스러지듯 눈물 되어 속절없이 지는가? 꽃 피는 오월이 저물어 갈 때 마음에도 슬픈 비 뚝뚝 떨어져 비가 내리면 숨 막히도록 보고 싶은 그대가 그리워 눈물이 난다. Gallery I 2021.06.16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봄소식 - 서현숙 시인 (시집 들향기피면) 봄기운 가득한 아침 길을 걸었네. 길가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가로수 사이 벚꽃 바람에 춤추고 들녘 양지바른 곳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숨은 듯 수줍은 듯 곱게 피었네. 산천마다 푸른 잎들이 세상을 포근히 안고 새 생명이 태동하듯 하늘 향해 감사의 미소를 짓네. Gallery I 2021.03.27
辛丑年 元旦 설 명절 - 서현숙 시인 (들향기피면 시집) 한적한 시골 고향 마을에 문 열고 기다리는 어머니 마음 자식 오면 줄려고 생선 말리고 방앗간 줄을 서서 가래떡 뽑아 마른 북어 두들겨 반찬 만들며 뼈를 바른 조기로 전을 부치고 미역국 끓여 한 상 가득히 차리신 어머니 가족들은 밥상에 둘러앉아 오손도손 정다운 꽃을 피우네. Gallery I 2021.02.11
松含雪裏 靑春色 (송함설리 청춘색) 엄마의 꽃씨 - 이해인 시인 엄마가 꽃씨를 받아 하얀 봉투에 넣어 편지 대신 보내던 날 이미 나의 마음엔 꽃밭 하나가 생겼습니다 흙 속에 꽃씨를 묻고 나의 기다림도 익어서 터질 무렵 마침내 나의 뜨락엔 환한 얼굴들이 웃으며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연분홍 접시꽃 진분홍 분꽃 빨간 봉숭아꽃 꽃들은 저마다 할 이야기가 많은 듯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바삐 사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보내준 꽃씨에서 탄생한 꽃들이 질 무렵 나는 다시 꽃씨를 받아 벗들에게 선물로 주겠습니다 꽃씨의 돌고 도는 여행처럼 사랑 또한 돌고 도는 것임을 엄마의 마음으로 알아듣고 꽃물이 든 기도를 바치면서 한 그루 꽃나무가 되겠습니다 Gallery I 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