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I 477

壬寅年 元旦

새해 마음 - 이해인 시인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마음에 색동옷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일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보는 것을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다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Gallery I 2021.12.30

한가위

달빛기도 -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 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Gallery I 2021.09.20

松含雪裏 靑春色 (송함설리 청춘색)

엄마의 꽃씨 - 이해인 시인 엄마가 꽃씨를 받아 하얀 봉투에 넣어 편지 대신 보내던 날 이미 나의 마음엔 꽃밭 하나가 생겼습니다 흙 속에 꽃씨를 묻고 나의 기다림도 익어서 터질 무렵 마침내 나의 뜨락엔 환한 얼굴들이 웃으며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연분홍 접시꽃 진분홍 분꽃 빨간 봉숭아꽃 꽃들은 저마다 할 이야기가 많은 듯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바삐 사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보내준 꽃씨에서 탄생한 꽃들이 질 무렵 나는 다시 꽃씨를 받아 벗들에게 선물로 주겠습니다 꽃씨의 돌고 도는 여행처럼 사랑 또한 돌고 도는 것임을 엄마의 마음으로 알아듣고 꽃물이 든 기도를 바치면서 한 그루 꽃나무가 되겠습니다

Gallery I 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