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I

晩秋에 마주한 滿秋

畵庭 2020. 11. 5. 19:47

가을 이야기 - 용혜원 시인

 

가을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숲길을 지나

곱게 물든 단풍잎들 속에

우리가 미처 나누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가을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마음껏 탄성을 질러도 좋을

우리를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하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가을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갈바람에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들 속에

우리의 꿈과 같은

사랑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호반에는

가을을 떠나보내는 진혼곡을 울리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가을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한 잔의 커피와 같은

삶의 이야기

가을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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