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꽃씨 - 이해인 시인
엄마가 꽃씨를 받아
하얀 봉투에 넣어
편지 대신 보내던 날
이미 나의 마음엔
꽃밭 하나가 생겼습니다
흙 속에 꽃씨를 묻고
나의 기다림도 익어서 터질 무렵
마침내 나의 뜨락엔
환한 얼굴들이 웃으며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연분홍 접시꽃
진분홍 분꽃
빨간 봉숭아꽃
꽃들은 저마다
할 이야기가 많은 듯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바삐 사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보내준
꽃씨에서 탄생한 꽃들이 질 무렵
나는 다시 꽃씨를 받아
벗들에게 선물로 주겠습니다
꽃씨의 돌고 도는 여행처럼
사랑 또한 돌고 도는 것임을
엄마의 마음으로 알아듣고
꽃물이 든 기도를 바치면서
한 그루 꽃나무가 되겠습니다
'Gallery I'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목련이 필 때면 (0) | 2021.03.27 |
---|---|
辛丑年 元旦 (0) | 2021.02.11 |
雪花 (0) | 2021.01.20 |
군불 (0) | 2021.01.09 |
2·0·2·1년 새희망을 (0) | 2020.12.27 |